사과나무 / 남정덕
원 없이 홀가분하였을까?
생명이 품는 어쩔 수 없는 연정이어서
실뿌리 하나에까지 도톰히 물이 오르며
작렬하는 하늘만 오로지 바라보았을 게다
여름 내내 빼곡히 푸른 엽서만 써댔을 것이고......
그리하여 밤마다 불러들이기라도 하였는지,
소리 없이 단풍이 번지는 어느 날 가보았더니
갓 어른이 된 나무가 순푼순풍 태양의 첫애기들을 잘도 낳아놓고는
탯줄을 끊을 줄 몰라 숨만 몰아쉬고 있더라
이윽고 산파로 나선 아주머니가 모두 받아내고서 하는 말,
"나무야, 속이 시원-허것다."
농부가 매어놓은 쇠줄에
사과나무는 그제야 몸을 누이고선 가지를 치켜들었다
광주리마다 붉은 애기 울음이 그득한 가을이었다
* 벽파 선생님의 시 <사과나무 시원하겠다>, 김경덕 시인님의 시 <영검한 말(言)>을 패러디하였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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